출처: https://hobby.tw/7 [Experience] 어물전청 잠실 소피텔 와인바 오마카세 극찬합니다 (내돈내산 후기) - 미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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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에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이 지어지면서 그 안에 맛집들도 줄지어 오픈했습니다. 특히 광화문 모던 샤브와 청담 어물전청이 소피텔에도 입점하게 되어 방문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12월 말에 있을 가족의 생일파티를 위해 한 달 전부터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하였는데 아주 반전있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이곳은 어떤 분위기인지, 음식은 어떤 것이 나오는지, 매 코스가 나올 때마다 느꼈던 맛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위치와 분위기

 

어물전청-입구어물전청-테라스
어물전청 입구와 테라스

일단 어물전청은 소피텔 2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차를 이용한다면 소피텔 안에 주차하고 바로 올라오면 되고, 도보 시에는 건물 밖에서 2층으로 바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빠릅니다. 그런데 2층 올라와서는 어물전청을 찾는 건 조금 헤맬 수 있습니다. 2층 내부에 있는 다른 식당들과는 달리 바깥으로 한 번 나가야 찾을 수 있습니다. 2층 '도꼭지' 라는 식당 옆에 있는 출입문을 열고 나가면 테라스와 함께 어물전청이 보이니 잘 찾아가셔야겠습니다. 

 

입구에 도착하면 어물전청의 시그니처인 돌문(?)이 굉장히 웅장하게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커다란 산 안으로 들어가는 마법의 문일 것만 같은 비주얼입니다. 요즘은 SNS 사진 찍을 곳 하나 마련해야 홍보가 잘되니 특색 있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내부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좁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룸도 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면 공간이 더 있겠지만 테이블과 바(BAR) 석은 7~8 테이블 안팎의 공간 정도였습니다. 커다란 문과 상반되는 아이러니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테이블 역시 작은 편이지만 크게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어물전청-내부-모습
어물전청 내부

분위기는 아주 모던하고 세련된 와인바 분위기입니다. 어느 정도 대화하는 소음과 음악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보다는 캐주얼하게 연인끼리 친구끼리 즐겁게 대화 나누며 와인 한 잔 하는 공간이죠. 부모님과의 식사에는 맞지 않지만 비즈니스적으로 친분을 쌓기에도 좋은 공간인 것 같았습니다. 특히 높은 천장이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해 보이지 않았고 천장에 알루미늄 같은 요철이 있는 천장이 빛 반사를 받아 빛나는 것이 굉장히 괜찮은 조명을 만들어냈습니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잘생긴 젊은 분들이었고 친절도는 그다지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은 조금은 아쉬운 AI 기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자리 안내와 메뉴 설명은 누가 왔던지 간에 그냥 외워진 대사를 읊고 아주 짧고 간결하게 처리하고 가십니다. 

 

 

2. 메뉴와 가격, 그리고 음식

 

이곳은 '술'을 파는 다이닝이 주 콘셉트이기 때문에 주류 및 1인 1 음료는 필수 주문입니다. 저희는 전혀 술을 생각지 않고 온터라 당황했지만 콜라, 탄산수 같은 음료도 가능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술을 시키지 않은 테이블은 저희뿐이더군요. 

 

메뉴는 단품과 코스가 있었는데 메뉴는 제철에 따라 바뀌는 편이며, 코스는 단품 메뉴가 거의 다 나온다고 무방할 만큼 가짓수가 많았습니다. 단품은 술과 함께 가볍게 즐기러 오시는 분들에게 좋을 것 같았고 저희같이 배 채우러 온 사람들은 코스요리가 좋습니다. 인당 8만 원짜리 코스는 "방어회-제주고등어-주문진 피문어-포항 단새우-랍스터-옛날 통닭 or 한우 채끝(2.5 추가)- 동해 대구- 볏짚구이(병어/금태(2.5 추가)/갈치(2.5 추가) 중 택 1)- 새우버거-완주 벌꿀" 이렇게 10코스입니다. 다만 이 날은 왜인지 옛날 통닭 or 한우 채끝 중에 고르는 것이 아니라 추가금액 없이 둘 다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이미 자체가 일반 다이닝보다 훨씬 많은 코스였음에도 11코스로 늘어난 것에 놀라웠지만 나중에 보니 정확히 아뮤즈 부쉬와 서비스 음식 총 2가지가 더 나와서 저희는 인당 무려 13가지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어물전청_기본반찬어물전청_아귀간
어물전청 기본찬인 알배추와 보리막장과 웰컴디쉬인 아귀간

우선 가장 먼저 기본찬으로 알배추와 찍어먹을 수 있는 보리가 들어있는 기름장, 그리고 쌈장 같은 것이 같이 나오는데 이 보리막장의 조합이 은근히 너무 맛있고 알배추가 신선해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이미 리필을 2번이나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쟁이 나라에서 먹을 것만 같은 귀여운 아이스크림 콘 모양의 아귀간이 나왔습니다. 간에 기별도 안 갈 정도로 작지만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어물전청_방어회
어물전청 코스1_방어회

드디어 코스의 시작인 방어회가 나왔습니다. 방어는 정확한 부위는 모르지만 나름 기름진 부위도 섞여 나왔고 절임배추, 김, 연어알이 올라간 된장 비빔장 같은 것이 나왔는데 방어는 신선하고 고소했고 또 이 장이 엄청 맛있습니다. 여기는 장 맛집인가 봅니다. 아쉬운 건 사람이 3명인데 방어회가 짝수로 나와한 명은 2점밖에 먹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아귀 간을 먹었지만 여전히 저희 간에는 기별도 안 가는 양이었습니다. 

 

어물전청_고등어회
어물전청 코스2. 제주고등어회

다음은 고등어절임회인데 이것은 인당으로 나왔습니다. 레몬의 상큼하면서도 달달하기도 하고 시원한(?) 느낌도 나는 소스에 버무려져 나온 고등어회는 고등어회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굉장히 찰지고 신선했습니다. 회, 특히 고등어회 같은 비린 생선 잘 못 드시는 부모님도 맛있다고 드셨습니다. 함께 나오는 저 한지와 드라이플라워 나뭇가지는 데코용으로 조금 피식하는 즐거움을 선사하였습니다. 역시 양이 매우 적었습니다. 벌써 5분 만에 2가지 코스가 지나간 것이 아쉬웠습니다. 

 

어물전청_주문진_피문어
어불전청 코스3. 주문진 피문어

다음은 주문진 피문어. 역시 처음 먹어보는 노란 장과 함께 버무려져 나오는데 상큼 고소한 소스가 피문어와 굉장히 잘 어울렸고 문어 역시 아주 잘 데쳐져 전혀 질기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알게 된 사실은 모든 메뉴에 레몬이 함께 나와 뿌려먹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맛있었기에 적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제 7분 만에 3가지의 코스가 끝이 났습니다. 여기까지는 음식의 맛을 떠나 적은 양으로 너무 빨리 끝나버리는 코스 때문에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어물전청_포항_단새우_들기름_파스타
어물전청 코스4. 포항 단새우와 들기름 파스타

다음은 포항 단새우. 얇은 스파게티면과 함께 나오고 이번엔 다행히 인원수에 맞게 6개의 단새우가 나와 모자람 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단새우를 들기름에 버무려진 면과 함께 먹는 것인데 역시 레몬을 뿌리라고 합니다. 이전 음식들이 전무 레몬맛을 느꼈던지라 이번엔 생략하고 비벼 먹었는데 들기름의 고소함과 단새우의 달달함, 가는 면의 꼬돌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한데 어우러져 입에서 녹아내렸습니다.  역시 3명이서 작게 2번 집어먹고 사라졌습니다. 

 

어물전청_랍스타
어물전청 코스5. 랍스타

다음은 랍스터입니다. 작은 미니 사이즈의 랍스터를 받자마자 '벌써 메인 요리인가? 아직 배 3분의 1도 안찼는데?' 하며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이 랍스터를 먹고 나면 배에 3과 1.5 정도가 찰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음식이 맛있어서 더 아쉽고 짜증이 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자꾸 나오는 레몬이 미워 보였습니다. 랍스터는 이미 살이 발라져 나와 살이 쉽게 들렸고 머스터드 느낌도 나면서 레몬 딜 버터 같은 노란색 소스가 또 일품이었습니다. 이런 소스는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랍스터는 입에 넣자마자 고소한 소스와 함께 탱글탱글한 식감이 입에서 뽀득뽀득 터지면서 사라졌습니다. 

 

어물전청_볏짚구이
어물전청 코스6._볏짚구이

다음은 볏짚 대구입니다. 겉이 시꺼멓게 타서 나왔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더 멋있는 것 같고 더 맛있게 구워졌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앞선 음식들이 맛있었던 탓에 셰프들의 실력에 나도 모르게 믿음이 간 것 같습니다. 적당히 기름지고 고소한 병어는 볏짚의 향까지 입혀져 별로 없는 살을 박박 발라먹는 오기를 주는 재미가 있었는데, 옛날에 병어는 오히려 저렴한 생선이었지만 지금은 비싼 생선이 되었다는 부모님의 추억 이야기도 재미있게 곁들일 수 있었습니다. 

 

어물전청 서비스_방어구이

젓가락으로 볏짚 대구를 파헤치느라 먹는 속도가 느려졌던 찰나에 잘못 보면 통닭 다리 같은 비주얼의 생선이 불쑥 나왔습니다. 서비스 음식인 방어구이었습니다! (우리만 에뻐서 준거 아닌가 하고 다른 테이블 눈치 보며 먹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코스요리를 시키면 모두 서비스 음식이 나옵니다.) 방어를 회로만 먹어봤지 구이는 처음 보는데 저 껍데기가 너무 단단해 애를 먹었습니다. 철갑 같은 껍데기를 간신히 열고 먹어본 방어구이는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습니다. 그 어떤 생선구이에서 맛볼 수 없는 기름짐과 고소함, 그리고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이 있었습니다. 역시 제철 방어는 회로 먹던 구워 먹던 사랑이었고, 당장 방어 파는 횟집에 가서 회 뜨고 남은 방어 조각을 얻어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물전청 코스7. 한우채끝

다음은 한우 채끝이 나왔습니다. 서비스 음식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였는지 '어? 배가 슬슬 부른데?' 하는 느낌을 받으며 한우를 집어먹었는데 은근히 조각도 많고 적당히 씹는 식감이 있으면서 부드러운 한우와 짜지 않고 적당한 간, 적당한 기름짐과 겉바속촉의 느낌이 매우 훌륭했습니다. 의외로 먹는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음식이었습니다. 

 

어물전청_통닭
어물전청 코스8. 통닭

다음은 통닭 반마리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무슨 메뉴가 이렇게 많이 나오지? 하며 실망감이 환희로 바뀌는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이 통닭은 그동안 나왔던 고급스러운 접시는 차치하고 옛날 통닭 호프집에서 볼 수 있는 널찍하고 특유의 푸른빛이 도는 플라스틱 접시에 대강 썰은 양배추를 케첩과 마요네즈를 섞은 분홍 소스에 무심하게 무쳐 상큼한 절임 단무지와 함께 나와 특유의 옛날 통닭 호프집 감성을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유일하게 맛이 평범했던 메뉴였습니다. 분명 있으나 마나 한 메뉴였지만 묘하게 이 통닭으로 인해 이 코스가 '완성도가 높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어물전청_동해대구
어물전청 코스9. 동해대구

다음은 동해 대구탕입니다. 맑은 대구탕 국물에 대구살과 대구 정소 부분이 나옵니다. 정소는 마치 부득 한 순두부에 약간의 찹쌀을 넣어 찰지게 만든 특유의 보드라우면서 쫀독한 식감이 있는데 제가 매우 좋아하는 부위입니다. 이것이 칼칼하면서도 잡내 없이 깔끔 시원한 국물과 만나 지금까지 먹은 요리들을 입가심하기에 매우 탁월했습니다. 

 

어물전청_새우버거
어물전청 코스10. 새우버거

다음은 이곳의 시그니쳐라고도 불리는 새우버거입니다. 이미 통닭에서 배가 너무 불렀고, 앞서 양이 적음에 대해 속으로 욕을 했던 제자신을 가소롭게 여기다가 동해대구로 속을 비운 후 만난 새우버거는 그 순서가 완벽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테트리스처럼 새우버거가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놓고 빈자리를 채우니 그동안 쌓아왔던 배부름이 한 번에 없어지듯 훌륭한 맛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우살 패티의 식감은 촉촉하면서도 탱글 했고 별거 없는 소스 버무린 양배추가 자칫 퍽퍽할 수 있는 두께를 부드럽게 잡아주었으며 몇 장 없는 야채가 적당히 느끼함을 잡아주었습니다. 분명 미니 사이즈의 새우버거인데 커다래 보였습니다. 

 

어물전청_디저트_와플
어물전청 코스11. 벌꿀 와플

대망의 마지막 디저트입니다. 더 이상 양심상 먹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멀리서 버터냄새 솔솔 풍기는 와플을 향기로 작심삼초가 되어버렸습니다. 와플의 정석인 겉바속촉에 충실했고 고급스러운 맛이 나는 벌꿀 시럽과 위에 얹어진 리얼 벌꿀은 절대 집에서 해 먹을 수 없는 디저트였습니다. 다만 빵을 좋아하는 저에겐 좋은 디저트였지만 앞서 배부른 음식에 드시지 못한 부모님을 보면 헤비한 와플보다는 제철 과일이나 달지 않은 아이스크림 정도가 더 낫지 않았나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3. 총평

이렇게 모든 디쉬가 끝이 났고 결국 빵빵한 배를 움켜쥐며 나섰습니다. 술을 시키지 않아 음식을 빨리 먹은 편임에도 도합 2시간 2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아마 술까지 곁들이고 대화가 많은 사람들이라면 3시간은 거뜬히 넘기지 않을까 하는 코스였습니다. 

 

처음  어물전청에 들어섰을 때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실망감은, 점점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의 향연으로 인해 8만 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다는 환희로 역전당했습니다. 특히 이날은 왜 통닭과 한우 채끝을 추가금액 없이 둘 다 준 것인지 아주 개이득이었으며 가장 별로였던 통닭이 왜 기분 좋은 메뉴로 느껴졌는지 지금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네가 푸짐하게 먹게 하기 위해 내 뼛가루까지 내어줄게' 하는 어물전청의 노력으로 다가와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아주 조금씩 정말 많은 음식들이 다양하게 나오는 어물전청은 메뉴도 계절과 날짜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데, 메뉴가 바뀌었을 때 부모님이 아닌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또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바 자리에 앉아 직접 생선을 굽고 제철 해산물을 능숙하게 다루는 셰프들의 모습도 구경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식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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